사회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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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주체, 20·30 청년이 대책을 제안하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출생률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자,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며 전쟁을 선포했다. 그렇다면 2030 세대는 결혼과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저출생 현상, 2030 청년에게 듣는다'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정부의 저출생 정책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경제적 어려움, 우울한 사회 분위기, 수도권 중심의 문제 등을 저출생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청년들이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이성애자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을 정상으로 간주해 왔으나, 가치관 변화로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는 인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일부 여성들은 출산의 도구로 취급받는 사회적 분위기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3학년 정택현 씨는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성격과 가치관의 변화를 언급할 수 있다"며 "과거와 달리 결혼을 삶의 필수 목표로 보지 않고,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져 결혼과 출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법학과 4학년 조연지 씨는 "최근 친구가 '아이를 낳는 것은 애국'이라는 말을 듣고 '왜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전하며, "비혼주의자라고 하면 어른들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나무란다"며 출산이 선택이 아닌 의무로 여겨지는 사회적 풍조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몇몇 청년들은 한국 사회의 암울한 분위기를 언급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청년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원창희 강동구 의원은 청년들이 출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2030 세대는 자기 삶이 힘든데 왜 나라를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성세대가 나라를 위해 애쓴 것은 사실이지만, 2030 세대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를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태어날 사람 중 행복한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라고 반문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중심주의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설 소셜벤처 스토우볼 대표는 "남북 갈등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남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의미한다"며 "비수도권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한 경우가 많아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방에 남은 청년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소상공인으로 일하게 되며, 노후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발제를 맡은 박진경 일과여가문화연구원 사무총장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젠더폭력과 재생산권을 다루는 성평등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젠더폭력을 초래하고, 이는 인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